 [김평식 여행칼럼 '미국은 넓다'] 데블스 타워(Devil's Tower)[LA중앙일보] 끝 없는 지평선 위 '악마 타워' 기사입력: 03.22.12 18:33 데블스 타워(Devil's Tower) 화두는 돌연변이다. 높은 산이 있는 것도 아니요 하다 못해 돌무덤 같은 둔덕도 없는 끝 없는 지평선위에 갑자기 악마의 타워가 나 보란 듯이 나타난다. 세상에 돌연변이도 이런 돌연변이가 있을까 싶다. 해발 높이는 5112피트이고 지표에서의 높이는 1267피트이며 밑바닥 직경이 1000피트이고 타워의 넓이는 1.5에이커다. 6000만년 전에 화산이 터지려고 용암이 불끈 치솟아 오르다 그냥 주저 앉고 말았다. 때마침 기후의 변화로 급속히 냉각되면서 굳어 버렸는데 그때 생긴 균열이 일정하게 큰 것은 12피트 작은 것은 8피트의 돌기둥으로 변했다. 지구에만 지진이니 화산이니 허리케인 같은 현상만 있는 것이 아니고 사람 몸에도 생리현상이란 것이 있다. 남의 이목을 가리지 않고 소리가 나던 말던 힘을 주어 방귀를 꾸면 속이 시원하지만 남을 의식하여 억지로 참으면 뱃속이 답답하고 개운찮은 느낌을 갖게 된다. 이곳 데블스 타워도 화산 폭발이 땅 표면까지 올라왔다가 다 토해내지 못하고 그냥 주저 앉고 말았으니 얼마나 뱃속이 거북하고 답답했을까 싶다. 흙 속에 묻혀있던 데블스 타워는 기나긴 세월 동안 주위의 흙이 가라앉고 쓸려 내려가면서 암 덩어리 같은 시커먼 바윗 덩어리가 점점 세상 밖으로 들어나게 됐다. 신이 만든 비장의 작품 또는 거대한 용암의 마천루 등 여러가지 형용사가 붙어있는 데블스 타워는 그래서 인지 옛날부터 주위에 살던 인디안들도 이 탑에 와서 모든 애환을 빌며 간구하고 기도했다고 한다. 1906년 루즈벨트 대통령에 의해 내셔널 모뉴먼트(준 국립공원) 1호로 선포돼 와이오밍주에는 옐로스톤이 국립공원 1호인 것을 포함해 두 월계관을 독식하고 있는 셈이다. 사우스 다코다주에 있는 큰 바위 얼굴에서 옐로스톤을 가는 길목에 있는 데블스 타워는 6각형 또는 8각형으로 마치 평면도의 벌집같이 정교하게 목재를 제재해 놓은 듯 잘 다듬어서 묶어 세워놓은 모양이다. 이와 비슷한 곳은 옐로스톤과 캘리포니아의 맘모스안에 데블스 포스트필과 흡사하나 그 규모는 비교가 될 수 없을 정도로 적은 편이다. 어느 곳을 보아도 수직으로 까맣게 서있는 바위벽을 남들은 감히 올라갈 생각조차 못했는데 1893년 7월 4일 윌리엄 로저로가 특수사다리를 타고 정상에 처음으로 올라가 성조기를 게양하여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그래서 지금도 7월 4일에는 그와 독립기념일을 함께 기념하기 위해 다채로운 행사를 하고 있다. 지금은 사다리 없이 암벽타기만을 하며 정상을 올라가는 사람이 1년에 무려 1000명이 넘는다. 물론 올라가기 전과 내려와서 반드시 신고해야 한다. 정상까지 밟아보지는 못하더라도 타워 밑에 서서 올려다만 봐도 그 장엄함에 눌려 자신도 모르게 속죄와 고해성사를 하게 될 뿐 아니라 숙연해지기까지 한다. 이는 자연에 비해 인간이 그만큼 나약하기 때문이다. 이곳 타워 주위에는 사슴 여우 산 토끼 다람쥐 그리고 여러 종류의 뱀 독수리를 비롯해 각종 조류들이 서식하고 있다. 해가 질 때의 석양 무렵에 바라보는 황혼 탑과 겨울에 설경이 특히 색다르다고 하는데 타워 밑을 한 바퀴 도는 등산로가 작게 도는 것은 1.3마일 조금 넓게 도는 등산로는 3마일짜리 두 개가 있는데 낙석을 조심해야 한다. ▶문의: (213) 736-9090 |